“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내 살의 결은 매일 늘어나고 있다. 살결이라는 무늬가 나에게 하나 씩, 차곡 차곡 새겨질 적에, 나는 이전보다 더 포근하고 따듯해진다. 나의 느낌은 더 명료해 지고, 나의 생각은 더 따듯해 지고, 나의 심장은 더 확고해 진다. 삶의 무늬는, 삶의 결은 그렇게 모든것을 나누어준다.


“내일 뵐께요. 안녕히 들어가세요.”

날아간다.

같은 나무 위에서,
같은 가지 위에서,
나와 함께한 새들이 날아간다.

나와 같은 노래를 부른 새들이 날아간다,
나와 같은 노래를 나눈 새들이 날아간다.

노래를 나누어준 새들의 무게 만큼 이 가지는 가벼워지겠지,
노래를 나눈 새들의 목소리 만큼 이 가지는 출렁이겠지,

날개가 달린 새들은 그렇게 날아간다.
그러다 다른 새들과 마주치고, 서로의 노래를 나눈다.

노래했다.

우리들의 가지를,
우리들의 그늘을,
우리들의 지붕을,
우리들의 노래를 나눴다.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마주치고 노래했다.

바란다.

다음에 다시 마주칠 적에,
마주치는 새들의 가지가 되기를.
마주치는 새들의 그늘이 되기를.
마주치는 새들의 지붕이 되기를.
마주치는 새들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to 힘찬 날개를 가진 사람들
from 해경

– 8월 어느 마지막, 다음날이 시작되는 어느 순간.

2014년 서울. 지하철에서,

2014년 서울.

공유 도시 서울이라는 주목을 받기도 하는, 내가 자리 잡고 앉아 생활하는, 이곳.

거리 위를 돌아다니는 버스와, 거리 밑을 돌고 있는 지하철은 이 서울의 아침을 가능하도록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하고 있다. 빙빙 돌아다니면서.

하여튼 나에게도, 이곳에 사는 다른 시민들에게도 지하철은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미 내 생활의 일부이면서, 내 일과와 함께하는 동료이다. 더 이상 없어도 부족해도 안되는 나의 일상의 전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의 하루 속의 지하철은 매우 안락한 공간이다. 나는 이곳에서 지친몸을 기대어 잠을 청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만취한 상태의 몸을 이곳에 맡기기까지 하는, 뭔가 믿음직한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내가 연구실로 가면서 글을 쓰는 시간을 누리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 아침은 좀 다르다.

가만히 앉아서 둘러보자.

등받이. 그리고 그것에 도움을 받아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눈은 감기거나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지하철 안의 사람들. 그리고 다르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 나.

글쎄 — 나는 왜 지하철에게서 따듯하고,에너지 넘치고, 동료애의 향수를 느낀 걸까. 적어도, 눈을 반쯤 뜨고 감는 사람은 있지만, 절대로 웃고 있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내 마음은 무엇을 …

가만히 앉아, 이 그림을 그리고 펼쳐 보니,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지하철이 느껴지고 만다. 어차피 나는 내가 내릴 목적지에서 내릴 거였다. 이내 일어서 지하철 바닥을 딛고, 나는 지금 길을 걷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물음을, 궁금증을, 호기심을, 답답함을 머릿속에서 씻어내기를 소망하며 걷고 있다. 내일 아침은 오늘 아침 보다, 더 잘 일어날 수 있기를 원하며